2013. 6. 4. 11:30


제가 소유한 키보드중에 가장 연식이 많으며, 자주 사용하는 키보드는 단연 모델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구매횟수도 가장 많았고 무엇보다 버클링(buckling) 방식의 고유한 클릭 느낌은 다른키보드에서 맛볼수 없는 특이점이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말합니다. 단순히 무거운 클릭 키보드가 뭐가 좋아서 쓰냐고, 그리고 저는 대답합니다. 

"무겁게 느끼는건 당신 손가락이 아니라, 머리"라고 말이죠...


오늘 작성하는 키보드는 수십년동안 꾸준한 키감으로 사용할 수 있는 IBM의 모델엠, 스페이스 세이버 입니다.


<버클링 방식의 작동>


* 버클링 방식: 좌굴이라는 의미의 버클링은 "스프링이 구부러지며" 작동하는 독특한 방식입니다.

구형 타이프라이터[typewriter, 타자기]와 흡사한 키감을 가지고 있으며, 클릭음이 발생하는 순간 입력되기 때문에 

소리로 입력 확인이 가능합니다. 다른 클릭 방식과 비교해서 다소 무거운 키감이라는 인상도 있지만 내구성이 매우 뛰어나며,

방식상 조금만 압력을 가하면 바로 동작하기 때문에 반쯤 누르는 타건이 필요합니다.


키보드 선택법과 "넌클릭, 클릭, 리니어의 차이" 

Read more: http://pinchocodia.tistory.com/55



<80~90년도 초기 모델에 적용된 IBM 그레이 로고>


모델엠은 80년대 초기에 판매되었던 Model F 시리즈(XT 5150, AT 5170) 차세대 모델

PS/2 포트가 적용된 키보드 입니다. 또한 현재 사용되는 101,103,106 배열의 기본형이기도 합니다.


<Model F, XT 5150 배열>


<Model F, AT 5170 배열>


모델엠에서는 정전용량 방식의 Model F와 다르게, 멤브레인 방식을 이용하였지만

버클링 방식의 작동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이즈와 형태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Model F 5150,5170,EMR2 등은 흑연판을 사용한 정전용량 방식입니다.



<Model M, 101 기본형>


<IBM JAPAN 5576-001>


90년대 초반 "IBM 개인컴퓨터를 처음 접한 이용자"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 키보드가 바로 모델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80~90년대에 무언가 소리나는 키보드를 만져본 기억이 있다면, 알프스 클릭이나 버클링 키보드라고 확신합니다.

(국내에서는 북미 IBM의 Model M이나, 일본 IBM의 5576 키보드가 혼용되어 있습니다.)





<모델엠 스페이스 세이버의 기본 모습>


그중에서 Space Saver는 공간절약 버전으로 "우측의 숫자 텐키를 제거한" 텐키리스 키보드 입니다.

당시에는 작은 컴팩트 사이즈의 키보드는 볼 수 없었고, 이용자에 따라서 사용량이 적을수 있는

텐키를 제거하여 가로사이즈를 줄이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Model F의 텐키에 있었던 편집키와 방향키를 독립하는 형태가 되어 숫자를 다루지 않는 이용자에게는

이러한 모습이 더 친화적이라 생각됩니다.



<녹색각인과 측면에 인쇄된 키캡>


제가 소유한 1392464는 1987년 생산품으로 IBM의 워드프로세서였던 DisplayWrite의 명령어가 각인된 버전입니다.

인쇄 방식은 염료승화방식이며, 90년대에 출시된 레이저각인 버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듭니다.



<키보드 뒷면 라벨의 제품ID와 파트넘버, 생산년도>


구입당시, 이 스페이스 세이버는 조금은 독특하다는 인상을 지울수가 없었는데...

몇주가 되도록 팔리지 않았던 물건이라, 구입을 망설였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는 모델엠 기본 시세가 97년 영국산 기준 3~5만원, 스페이스 세이버는 파는사람 마음이었습니다.

요즘도 별로 차이가 있을까 싶습니다.



<1392464에서 재미난 부분은 크기가 작아진 Ctrl과 Alt에 있습니다.>


모델F시리즈에서나 볼수 있었던 계단진 키캡은 여기서도 적용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스페이스세이버에서는 없었던 형태입니다.

이용하는 측면에서는 저러한 축소된 형태가 사용자에 따라서 불편하다는 느낌도 받을 수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더 구형같다는 기분이 들어서 매우 만족합니다. ^^




모델엠은 단순히 각져있는 빈티지 느낌의 키보드로 인식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곡선으로 이루어진 하우징과 배열은 키보드 사용시 편안하다는 인상을 주며

베이지보다 밝은 아이보리 색상의 투톤컬러는 변색없이 꾸준한 사용이 가능합니다.

모델엠의 큰 장점중 하나는 이러한 청결성과 편리성 입니다.





"가끔은 새로운 것만 찾게 되잖아? 근데 새것도 낡아, 이미 낡은 것들이 그랬듯"


올해 재미있게 봤던 영화에서 인상 깊게 느껴진 대사입니다. 뭐든지 새로운것은 낡습니다.

하지만, 수년간 사용해도 꾸준한 키감으로 사용이 가능한 키보드는 세상에서 딱 하나 버클링 키보드라고 생각합니다.

타자기 같은 키감으로 글을 작성할때 사용자에게 감명을 주며, 기계식 키보드보다 긴 수명과 변하지 않는 내구성은 덤입니다.

키보드를 수집하고 글을 쓰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제가 추천하지 않아도 이미 한대 쯤 가지고 계시지 않을까요?

아래는 함께보면 좋은 페이지 입니다.


* 위키백과: http://ko.wikipedia.org/wiki/IBM_%EB%AA%A8%EB%8D%B8_M

* 유튜브: http://www.youtube.com/watch?v=LRrqQdMfYKw


* ClickyKeyboards, 1987 model M 84-key (space saving) (1392464)

: http://www.clickykeyboards.com/index.cfm/fa/items.main/parentcat/9242/subcatid/0/id/120575




Posted by 루습히